[스크랩] 메르스 잊지 말고 독감 대비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에는 신규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메르스로 인해 공식적으로 1만6693명이 격리됐고 이중 36명이 사망했다. 치료를 받는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 아이러니한 장소로 만들기까지 했던 메르스가 드디어 안정화에 접어드는 추세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이후 감염 질환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메르스 사태로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가 재조명 되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거리의 행인과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의사 등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을 겪으면서 시나리오의 실제 소재인 ‘인플루엔자(독감)’가 결코 픽션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감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독한 감기’ 정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감기는 라이노, 코로나 등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하는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부터 다르다. 대체적으로 감기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되지만, 인플루엔자는 감기와 달리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 또한 독감을 인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감염 질환 중 하나로 꼽는다.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으로 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3배나 많은 약 4000만 명이 희생됐다. 올해 홍콩에서 인플루엔자로 인해 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지금까지도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전 아시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 사망자가 약 774명인 것과 비교해도 독감의 위험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년 계절 독감으로 사망에 이르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30~5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독감을 추운 겨울에 잠깐 조심하면 되는 가벼운 질환이자, 오뉴월 감기 정도로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스페인과 홍콩에서 나타난 대규모 독감 유행이 시작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러한 독감 유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미스매치(mismatch)’이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이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당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이 포함된 백신이 제조되는데,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가 일치하지 않을 때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 경우 백신 접종을 받더라도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독감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도 기존 3가 독감 백신보다 B형 바이러스 1종을 더 예방할 수 있는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들어 대한감염학회 역시 4가 독감 백신에 대한 내용을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변종 바이러스 예방과는 별개로 독감에 감염될 확률을 낮추자는 취지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경험했듯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쉽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위험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폐질환 혹은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 비만, 임산부 및 65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바이러스성 폐렴 등 2차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유병욱 교수
메르스 사태의 안정화는 분명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이미 잊혀지지 않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환절기가 오면 소위 독감 시즌이 어김없이 돌아온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민은 감염 질환이 얼마나 무서운 지 새삼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예방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 더 나아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가 실천해야 한다. 온 나라를 흔들었던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준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유병욱 교수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가정의학과)